2023년 9월 23일 토요일 : 무거운 짐 들고 기숙사로. 하루 만에 짐 다 풀고 현지적응교육까지! 나는 이미 현지인?!
벌써 하루가 지난 새벽 2시,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20분간 달리다 보면 몇 달간 나의 집이자 일터가 될 시아누크빌 라이프대학교가 나온다. 먼저 학교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외부숙소에 몇 명을 내려주고 우리는 학교로 올라간다. 학교로 올라가는 길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가 아니라 울퉁불퉁하고 정비되지 않은 도로이다. 좁은 길이라 대형 버스가 올라가기는 쉽지가 않았는데, 그 짧은 길에서 10분인가를 정차하고 기사님과 FM님이 내려서 오라이 오라이도 하고 조치를 취하셨다. 새벽에 웅성웅성 시끄러우니 민가에서도 사람들이 나와 손짓을 해가며 합세한다. 야, 이거 쉽지가 않구나. 올라가는데 밖에서 코기와 섞인 것이 분명한 짧뚱하고 귀여운 강아지가 졸고 있다. 물론 새벽 단잠을 버스가 방해하여 찌푸리고 있는 것일 수도.


그 좁은 오르막길을 이 무거운 짐들을 다 들고 올라가야하나 했으나 다행히도 학교로 잘 도착을 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한 가지 고난이 더 남아있었다. 기숙사 고층을 쓰는 우리에게 학교에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고, 나는 23kg짜리 캐리어 두 개를 내 방까지 옮길 생각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태였다. 다행히도 위 사진의 폐허같이 보이는 저 건물과 기숙사의 3층이 이어지는 상태였고, 3층까지는 나름 손쉽게 갈 수 있었다. 당장 귀신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게 보이는 저 건물은 지금은 짓고 있는 건물이다.
어쨌든 3층에서 위층으로는 걸어올라가야했고, 새벽부터 팔운동에 다리운동까지를 제대로 했다.


무거운 캐리어를 이고 지고 도착한 나의 방은 아주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있었다. 살면서 점점 문제점이 발견되긴 했지만, 푹신하고 깔끔한 침대와 침구, 그리고 누군가가 버리고 갔는진 모르겠지만 실내화가 4개나 비치되어 있었다. 좋다 좋아하면서 하나는 욕실용 실내화로, 나머지 세 개는... 안 쓴다.
어쨌든 혼자 쓰는 방에 침대가 두 개나 있겠다, 옷장에 책상에 냉장고에 화장실까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오는 비행기 안에서 자지도 않았으면서 아드레날린이 솟아 그날 밤 모든 짐 정리를 다 하고 잠을 청했다. 재밌는 것이 우리 팀 5명 중 2명의 J만이 그날 모든 짐정리를 했다는 것. 오~ 이렇게 MBTI 과몰입력이 올라간다.

나중에 학교 소개할 기회가 많이 있겠지만, 어쨌든 이 학교는 꽤나 넓은 부지와 초, 중, 고등학교에 대학교와 국제학교까지 겸비한 큰 학교이다. 캄보디아 축구 2부 리그 팀을 가지고 있어서 잔디구장도 있다. 이 사람 저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니 잔디구장에 학교 예산의 큰 부분이 들어가는 것 같다.

학교 뒷편은 이런 모습이다. 보고 있으면 아이들이 뛰어다니기도 하고, 개가 짖기도 한다.

현지적응교육을 받기 위해 밖에 나와있으니 아기들이 우리를 반겨준다. 너무너무 귀여워! 그런데, 이 오른쪽 아기는 우리 현지인 단원인 Saomary의 딸인데? 어쩐지 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을 때 Saomary에게 연락이 왔더라니..


현지적응교육은 금세 끝났고 학교와 캄보디아의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알게 되었다. 첫 끼니는 캄보디아식 도시락이었는데, 음식이 전부 굉장히 달아서 놀랐다. 솔직히 맛이 정말 좋았지만 너무 달아서 설탕을 도대체 얼마나 쓴 거야 싶었다. 그리고 각자 나눠준 스위트칠리소스 외에도 먹고 싶은 사람은 덜어가라며 매운 소스가 제공되었는데, 입도 위도 불타는 줄 알았다. 자극적이어서 그만큼 중독성이 있지만 캄보디아 음식이 매운 것으로 유명하다더니 정말이었다.
단체로 학교 주변 탐방하기

어제 버스가 힘겹게 지나갔던 길을 따라 내려간다. 땅바닥에 100달러가 있는데 위조지폐라고 한다. 이런식으로 길에 종종 100달러짜리가 보이는데, 줍지 말라고 하신다.


학교 주변 아렝카페와 복사집도 소개해주셨다. 아렝카페는 깨끗하고 괜찮은 카페라고 소개받아서 그날 저녁에 바로 갔는데.. 그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하기로 하자.

지수쌤은 문화인류학과 출신답게 현장답사지도를 만들고 있었다. 간단한 약도와 설명을 써놓은 지도를 만드는 것이 뭐랄까 자기 전공을 잘 살리는 것 같아 정말 똑똑하게 느껴진다.

길에는 툭툭이 엄청나게 많이 다니고 있다. 프놈펜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곳 시아누크빌에서는 Passapp(패스앱)이라는 어플로 툭툭과 택시를 부를 수 있다.

앰뷸런스 앞에 영어가 거꾸로 쓰여있다. 나는 이걸 도대체 왜 이렇게 해놓은 것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사이드 미러로 보았을 때는 글씨가 정확하게 보여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반대로 써놓은 것이라고 한다. (어제 알았다.)

길거리 트럭에 알록달록 채소가 놓여있다.

우리는 걷고 또 걸어서 핸드폰 심카드와 요금제를 계약하기 위해 통신사 스마트에 왔다. 캄보디아에서는 권역별로 잘 터지는 통신사가 다르고, 요금이 매우 저렴하기도 하며, 같은 통신사 사람과 전화를 할 때는 무료로 가능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한 통신사만 사용하지 않고 듀얼심을 통해 여러 통신사를 이용한다. 우리에게 그것은 사치이기 때문에 시아누크빌에서 잘 터지는 것 같은 스마트로 왔다. 상담해 주는 분이 나에게 예쁘다고 말씀해 주시면서 당신이 한국을 매우 좋아하고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본다고 말씀해 주신다. 칭찬도 들었고, 기분이 좋은 와중에 대화의 오류(?)로 내게 1달러가 더 청구되었다. 깔깔거리던 분위기는 급격히 침잠되었다. 이럴 수가..


다음은 이곳의 큰 마트 중에 하나인 사무데라 마켓으로 갔다. 사무데라 마켓은 fancy한 곳은 아니지만 없는 게 거의 없다시피 하고, 캄보디아 자체 브랜드가 많이 없기 때문에 거의 수입품이 많아서 나도 참 신이 났다. 한국 라면도 한쪽 매대를 가득 채울 정도로 있고, 한국에서 찾지 못한 미국에서만 보던 샴푸가 있기도 해서 여기 정말 좋은 곳이구나 싶었다. 나는 23kg 캐리어 두 개에 이것저것 많이도 담아왔기에 솔직히 살 것이 많지는 않았는데, 다른 단원들 중에는 카트 하나를 꽉 채운 사람도 많이 보였다. 걸어서 오면 30분 정도 걸리지만 가끔 다니고 있다.


나만의 이론인지 실제로 증명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열대국가들은 일몰이 정말 끝내준다. 나의 이론에 따르면 구름의 양이 많기 때문에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LA에 살 때를 생각해보면 비가 오지 않는데도 하늘이 예뻤기 때문에 구름 때문이 아니라 해가 잘 드는 나라들이라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니면 한국에서는 하늘을 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까. 어쨌든 이곳에서는 매일매일 하늘을 바라보며 정말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저녁을 먹기 위해 낮에 보았던 아렝 카페에 왔다. 처음에는 1팀이 들어가 있었고, 그다음에는 우리 팀이 들어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이후에도 우리 봉사단원들이 점점 들어오더니 나중에는 카페 전체가 봉사단원으로 꽉 차버렸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이렇게 네 가지와 각 음료 한 가지씩이었던 것 같은데 메뉴가 정말 1시간에 걸쳐서 나왔다. 그리고 사진상으로는 푸짐해 보이지만 양이 정말 코딱지 만했다. 그리고 다섯 팀 단원들의 테이블에서 한 마리씩은 벌레가 발견되었다. 위생이 좋다고 들었는데 이 정도면 그냥 벌레를 같이 넣어서 끓이는 거 아니냐며.. 누구한테는 개미 누구한테는 파리 다양하게도 나왔다. 맛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너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소통도 잘 안되어서 우리 팀은 이날 이후로는 가지 않기로 했다. 학교에서 그나마 가장 가까운 카페인데 안타깝다.


식사를 한 다음에는 학교 주변에 노점을 돌았다. 길가에 식당부터 과일가게, 채소가게, 간식거리 등등 엄청나게 많은 노점들이 있었는데, 우리는 과일을 하나 사보기로 했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아직 크메르어를 잘 못할 때였기 때문에 과일을 사는 것에 애를 먹었다. 우리는 한 할머니의 과일좌판에서 파인애플을 사려고 했는데, 팀원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 같은데, 연세도 많으신 분이 길에서 장사를 하는 것도 마음이 안 좋아서 돈을 조금 더 쳐드리더라도 할머니에게서 사고 싶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싸게 줄 것처럼 하시던 할머니가 나중에 갑자기 폭리를 취하는 모습을 보고는 우리는 혀를 내두르며 옆 가게로 가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할머니가 나쁜 사람이어서 갑자기 돈을 더 내놓으라고 한 건 아닌 것 같고 대화가 잘 통하지 않다 보니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고 마음이 좋지 않다.
어쨌든 옆 가게에서 산 파인애플은 살면서 먹어본 어떤 파인애플보다도 맛있었다. 다른 파인애플과 다르게 사과처럼 아삭아삭 씹히는데 당도는 훨씬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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