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리무진을 타러 가는 길은 엄마와 함께 했다. 아빠가 지방에 가셨기에 날 혼자 보낼 수 없다며 새벽시간인데다 금방이라 혼자 갈 수 있는 길인데도 피곤한 와중에 굳이 함께 나서준 엄마의 마음에 감사함이 가득찼다. 가고 있는데 정류장에 이미 버스가 도착해있기에 엄마와 제대로 꽉 안아보지도 못하고 얼굴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3월 초인데도 바닥에 군데군데 얼음이 얼어있어 행여나 엄마가 집에 가다 미끄러지면 어떡하지 카톡으로 바닥 조심하라며, 집에 도착하면 연락하라며 한 번 남겨본다. 베트남 여행은 요양격으로 가는 것이기에 엄마도 나도 코끝이 찡하다.
공항리무진을 타면 항상 보이는 풍경이다. 올영세일이 크게 적혀있다. 며칠 전 올리브영을 털었는데 아차싶다.
내가 출국시 이용한 항공사는 비엣젯항공. 비엣젯항공이 악명이 높은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나는 사람들이 악명 높다는 항공사들인 피치항공, 중국동방항공, 라이언에어 등을 다 타보았지만 딱히 '악명이 높다'라고 할 정도로 최악의 경험은 하지 못했다. (아, 라이언에어는 엄청난 연착이 된 적이 있긴 하다.) 아무튼 나는 비엣젯항공을 다시 이용할 것 같다.
미리 체크인을 하고 갔기에 수화물 드랍을 위해 카운터를 찾았는데, 내가 디럭스 고객이기에 어떤 좌석이든 선택이 가능하다고 했다! 특별히 디럭스 좌석을 구매하지 않았는데 왜 그런지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어쨌든 비상구 좌석이 비어있냐고 여쭤보곤 선택하였다. 영어가 가능한지 물어보셨고 비상시 승무원을 도울 의무가 있음에 대해 고지받았다. 또 임신여부를 여쭤보셨고 그냥 절차상 물어보는 것이겠거니 했는데 가영언니랑 얘기하다보니 임신여부는 베트남사람들이 하도 말라서 살집이 있는 사람에게만 묻는 것이라고 한다.... 모르는 게 약이다😓 ㅋㅋㅋㅋ
9월에 출국하며 봤던 거미가 아직도 있다.
생각해보니 여긴 1터미널이고 9월에는 2터미널에서 출국했는데..?
비엣젯은 저비용항공사라 기내식을 주지 않을테니 미리 공항에서 밥을 먹고 가기로 했다. 인천공항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기에 밥 사먹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이날도 그랬다. (맛있는 메뉴 아는 분들은 추천 바랍니다🤗) 사보텐인가에서 좋아하지도 않는 돈가스로 메뉴를 정하고 시켰는데, 역시 나는 돈가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꾸역꾸역 먹으며 입천장이 까졌다.
이번에는 베트남에서 니치향수 투어를 할 요량으로 큰 마음을 먹고 면세에서 향수를 구입하지 않았다. 그런데 펜할리곤스 매장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미리 fragrantica.com에서 봐두었던 향수들이 있는지 여쭤보았는데 하나는 없고 하나는 일본에만 출시된 제품이란다. 시트러스 계열 향수를 추천해달라고 하여서 Luna를 맡아보았는데, 와! 너무 좋아서 거의 구입할 뻔했다. 나중에 노트를 검색해보니 내가 가장 선호하고 사랑하는 시트러스 아로마틱 향수였다. 그럼 그렇지... 흔한 향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너.. 매력적이야.
나는 통로좌석, 내 옆에는 중국인 아저씨 두 명이 앉아있다. 내 옆자리 중국인 아저씨의 다리가 길어도 너무 길다. 잠을 제대로 못 잔 상태에서 기내 엔터테인먼트도 없어 좀 자고싶은데 옆에서 자꾸 내 자리를 침범하고 툭툭 쳐서 한숨을 푹 내쉬었더니 미안했는지 텅텅 빈 앞 좌석 어딘가로 이동한다. 그 옆좌석 아저씨도 내 눈치를 보면서 친구에게 중국어로 "야 네가 옆좌석 친다"고 말하는 것 같다. 나도 덩달아 눈치가 보인다.
아저씨가 앞좌석으로 이동한 틈을 타 잠을 청한다. 그래도 꽤 잤는데 얼마 후 돌아온 아저씨와 친구분이 컵라면을 구매한다. 냄새가 기가 막힌다. 부럽다. 아무튼 비엣젯항공에서는 라면을 판매한다는 사실! (그리고 카드결제는 되지 않고 현금(달러)만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기내 엔터테인먼트가 없을 것을 예상하고(많은 것을 예상함) 챙겨간 책이 요긴했다. 확신의 병렬독서파인 나는 3권을 챙겨가 이걸 읽었다 저걸 읽었다 해본다.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국제공항에 도착하고 나는 미리 깔아둔 그랩을 이용해 택시기사를 불러 언니의 집으로 간다. 그리고 언니 집까지 가는 40분 사이에 캄보디아와 비교해 베트남이 다른 점 여러가지를 발견하게 되는데, 까먹을 새라 얼른 핸드폰 노트에 적어둔다.
⬇️캄보디아와 비교한 베트남(하노이)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로⬇️
캄보디아와 비교한 베트남(하노이)
캄보디아와 비교한 베트남(하노이) 캄보디아 생활에 절여진 나는 베트남에 가서 두 국가의 차이점이 눈에 쏙쏙 들어오게 되었다. 옆에 나란히 붙은 두 국가는 비슷할 것도 같은데 다른 점이 훨
koorace-traveler.tistory.com
드디어 도착한 언니의 집! 언니는 웰컴선물로 언니가 직접 만든 모루인형을 선물해줬다. 베트남 사람들이 해바라기씨를 먹는 것을 좋아해 손에는 해바라기가 붙어있고, 머리에는 베트남인들이 많이 쓰는 모자인 농(농라)가 얹혀져있다. 너무 귀엽고 마음에 드는 선물이었다. 바로 가방에 달고 다니고 싶었는데 모루로 만들어서 꾸깃꾸깃하면 꾸겨질까 괜히 떨어져서 없어질까 소중히 대하게 된다. 나도 한국에서 바리바리 챙겨간 언니의 선물을 꺼내놓는다. 언니가 읽고싶어했던 책과 살림살이에 보탬이 될 물건들을 선물했다. 열흘동안 재워주는데 선물이 너무 약소한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언니가 고마워해서 참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언니가 나를 바깥이 훤히 보이는 예쁜 침실로 안내해줬다. 침실은 에어비앤비 저리가라 할 수건과 물병이 가득 차있었다. 침대도 푹신하고 침구도 내가 좋아하는 부들부들 털이라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캐리어 바퀴의 흙을 닦고 거의 이사온 수준으로 짐을 풀었다. 언니의 집에 온 게스트는 내가 벌써 8~9번째라고 한다. 언니는 프로 호스트였다.
Hệ thống nhà hàng Nét Huế
Tinh Hoa Ẩm Thực Huế-Nhà hàng Nét Huế đem đến cho thực khách những món ăn đậm chất Huế. Giao hàng tận nơi 19009077.
nethue.com.vn
베트남에 갔으니 베트남음식 먹어줘야지! 짐정리가 끝난 후 몰에 있는 베트남음식점으로 갔다. 넷후에(Nét Huế)라는 음식점으로 체인점이고, 여러가지 베트남음식을 취급하며, 음식이 깔끔하게 잘 나와서 추천한다. 게다가 가격도 미쳤다! 상세 메뉴, 가격, 위치 등은 위의 홈페이지를 참고하시면 된다. (영어 홈페이지 제공)
깔끔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한국에서도 베트남 음식점만 가면 위에 라탄이든 색색깔의 농이든 등이 달려있던데 현지도 그런 것을 보니 원래 베트남에서 자주 이용하는 방식인가 보다.
우리는 언니의 추천으로 Bánh bèo nhụy tôm 58,000동 / Nem Lụi 75,000동 / Trà Đá(냉차) 6,000동 / Cơm Rang Giòn Hến(조개볶음밥) 85,000동 / sinh tố dưa hấu(수박쥬스) 48,000동을 주문했다.
가장 먼저 나온 Bánh bèo nhụy tôm은 우리나라의 간장종지같은 것에 말캉하면서도 쫀득한 찹쌀반죽의 떡과 같은 것이 들어있고 그 위에 새우맛이 나는 가루와 튀김이 올라가 있는 음식이다. 숟가락으로 종지의 반죽을 떠서 소스와 곁들여 먹는 음식인데 알 것 같으면서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다.
다음은 먼저 사진상 왼쪽에 위치한 조개볶음밥 Cơm Rang Giòn Hến이다. 처음 먹어보는 볶음밥인데 안에 딱딱하게 볶은 무언가가 계속 씹힌다. 맛은 좋았는데 이가 약한 분들은 조심해야할 것 같다. 그래도 다시 먹고싶은 맛이다.
사진상 오른쪽에 위치한 채소범벅의 Nem Lụi! 우리나라에서 월남쌈이라고 하면 두꺼워서 물에 적셔먹어야 하는 것인데, 베트남에 오니 이 라이스페이퍼가 정말 "페이퍼"였다. 물론 물에 적셔먹기도 하겠으나 이 제품은 정말 종이 한 장처럼 얇아서 물에 불릴 필요가 없이 그냥 재료를 싸먹으면 되는 것이었다. 너무 신기했는데 그 맛도 얼마나 좋은지 베트남에서 올 때 왕창 사왔다.(그런데 실패했다.) 아무튼 이 음식은 맛있는 라이스페이퍼에 채소를 가득 넣고 숯불에 구운 꼬치와 면, 파인애플, 오이, 말린 버섯, 피클 등을 가득 넣어 싸먹는 음식이다.
가장 좋았던 메뉴는 Nem Lụi다. 탄단지가 골고루 들어간 건강함에 맛까지 있어서 추천하고 싶은 메뉴다. 며칠 후에 같은 음식점에서 비슷한 메뉴 한 번 더 먹었다는 건 안 비밀..❤️
몰에 있는 식당에서 이렇게 푸짐하게 먹었는데 278000동, 우리 돈 13900원밖에 나오지 않다니 놀랍다.. 특히 캄보디아에서 간 나는 캄보디아와 베트남의 물가를 또 비교하게 되는데, 캄보디아도 외식물가가 이렇게 저렴하면 얼마나 좋을까 한다. 첫 식사와 마지막 식사는 언니가 대접해준다고 했다. 재워주는 것도 감사한데 맛있는 식사까지 대접해준 언니에게 cheers!
토막 지식 : 베트남돈인 동은 한화로 얼마일까? 변환하는 법
베트남돈은 단위가 굉장히 큰데, 쉽게 한화로 변환하는 방법은 20을 나누어주면 된다.
200,000동 / 20 = 10,000원 이런식이다.
다음은 몰을 구경해본다. CGV가 있는 것이 이곳이 한국인지 어딘지 분간이 안된다. 실제로 베트남에는 한국인도 많이 거주하고 한국기업이 많이 진출해있는데, 어떤 몰에 가든 CGV가 있어 참 놀랐다. 파묘를 개봉 전부터 보고싶었는데 이때까지도 파묘를 못 본 상태여서 혹시 파묘개봉했나~ 봤더니 3월 15일에 베트남 개봉이라고 해서 아쉬웠다. (그리고 파묘는 베트남에서 역대 한국 영화 순위 1위를 경신하였다.)
그리고 같은 몰에 있는 마트 탐방!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과일코너다. 못보던 과일도 있고 많이 보던 과일도 있다. 용과는 가격을 비교해보니 캄보디아 트럭에서 팔던 2개 4000리엘(1달러)짜리 보다 두 배 비싼 가격이다. 아마 마트라서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쪼그만 귤도 판다. 귀여워!
마트가 한인타운 내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베트남 안녕하세요 라는 요상한 한국말과 I LIKE K-FOOD라는 한국음식 홍보존도 있었다. 여기서 살면 한국음식 못 먹을 걱정은 없겠다 싶을 정도로 없는 게 없으니 참 편리하게 느껴졌다.
처음보는 짧뚱한 포카리스웨트! 너무 귀여워.
첫날부터 캄보디아랑 비교를 많이 하게 되었는데 그만큼 내게 캄보디아가 큰 의미로 자리잡혀 있다는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모습은 여행 내내 이어졌는데 이제 또 다른 나라에 가게 되면 캄보디아 + 베트남까지 함께 비교하게 될 것 같다. 즐거운 첫날이 이렇게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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